위미에서 낚시를 했다.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바다가 잔잔해 세월을 낚아 보려고 갔는데 잔챙이 몇 수 사이로 웬 눈먼 고기가 협조를 해줘서인지 엄청 큰놈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올 들어 처음 맛보는 묵직한 손맛이었다. 고래 등처럼 낚싯대가 뿌려질듯 휘더니 빨려 들어가는 낚싯줄에서 태풍 스치는 바람 소리가 났다. 형용키 어려운 짜릿함이 온 몸을 전율시켰다. 누군가 말했다. 여드름 듬성듬성 난 총각이 나풀거리는 봄처녀 속치마 훔쳐 본 듯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말이 딱 맞다.
벌어진 주둥이 안으로 이빨이 날카로운 걸 보면 필시 돔 종류는 맞는 것 같지만 정확히 무슨 고긴지는 나도 모르겠다. 집에 와서 도마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회를 떠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칼 쓰는 방법을 모르겠다. 혼자 한참을 망설이며 이모저모 연구를 해 봤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짜릿한 손맛에 이어 회맛까지는 과욕이었나 보다. 도마 위의 고기를 쳐다보며 한동안 침만 질질 흘리다 결국은 냄비에 통째로 넣어 제일 요리하기 쉬운 매운탕을 해 먹기로 했다. 내일 아침은 꿩대신 닭...매운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