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앙일간지에 열세 살 초등학생과 이십 대 후반 총각의 성행위 기사를 보았다. 부모를 떠나 집단시설에 기거하는 소녀의 일탈을 본 시설의 장이 고소를 해서 기사화 됐다. 미성년자와의 성폭력범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녀가 원해서 성행위를 한 경우라 성폭력은 아니었다. 다만 소녀의 부모나 시설의 장이 고발하면 친고죄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지만 소녀가 한사코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고소를 취하해 버려 법의 잣대로는 상대남성을 처벌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법기관은 남성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12월 11일자로 친고죄親告罪(강간,간통,모욕죄: 피해자의 명예나 입장을 고려하여 고소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혼인빙자 간음죄와 더불어 59년 만에 폐지 공포되었다. 부모의 고소가 없어도 미성년자와의 성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고소를 했을 당시는 친고죄가 성립되어 처벌대상이 아니었다. 심판하는 것이 최선인지 그들의 사랑도 존중해야 하는 건 지 난감하다. 서구 사회는 미성년자가 임신을 해도 서로 합의된 관계는 상대 남성을 처벌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섹스를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DNA의 결합은 자식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주게 되어 있다. 문제는 정상적이지 않은 유전자의 대물림이다. 나 아닌 다른 부모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짝을 만나는 게 최상이다. 도덕률을 떠나서 근친상간이 나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좋은 유전자는 이른바 나쁜 유전자(돌연변이)를 교정시키는 정교한 수리시스템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 왔지만 사람이 대체로 800개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밝혀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최대한 적게 가지고 태어나게 하는 것은 진화생물학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생명체의 진화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이 더러는 열성이고 우성인자를 지니는 것은 순전히 유전자 탓이다. 도무지 가당찮은 음악적 재능이거나 천부적인 예술 감각은 오로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이 동일하지 않은 것도 3만개씩의 서로 다른 DNA의 결합 때문이라 한다. 동물들이 목숨을 내놓고 사투를 벌리는 것도 보다 양질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받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 결과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그런데 동물들은 번식을 목적으로 섹스를 하는데 비해 단지 인간만이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인간에게 섹스는 먹고 자는 것처럼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랑하는 마음과 관계없이 욕구를 참는 것은 본능을 억제하는 일이기에 쉽지 않다.
「유성생식의 목표가 몇몇 자식이라도 해로운 돌연변이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중요한 것은 해로운 돌연변이가 가장 적은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그래야 자식에게 최고의 적응도, 즉 생존과 번식에서 최고의 잠재력을 물려 줄 수 있다. 파트너를 정말 잘 고르면 파트너의 우수한 유전자 덕분에 내 유전자가 진화의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짝 고르기가 자식에게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이상은 진화생물학의 세계적 거두인 뉴멕시코대학 진화심리학 제프리 밀러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조선시대만 해도 결혼풍습은 마을과 마을로 이어졌다.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사위를 고를 때는 같은 마을보다 산 너머 이웃마을이거나 다른 지방에서 신랑감을 고르는 예가 많았다. 진화생물학이 연구되지 않았던 우리네 선조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현명했을까. 혼기를 앞둔 부모는 모름지기 대상의 외형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집안의 구성과 내게 부족한 기능을 보충해 줄 상대의 DNA를 면밀히 관찰해 볼 일이다.
동남아에선 여자 나이 15세만 되어도 합법적으로 결혼하는 국가가 있다. 우리나라도 미혼모 중에 청소년의 비중이 30%에 이른다. 이들이 낳은 자식은 버려지거나 위탁시설에 맡겨져 대부분 해외로 입양된다. 결혼 5년 내에 이혼하는 젊은 세대도 30%나 된다. 좋은 유전자를 고르기 위한 몸부림은 참으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낳은 자식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한 부모 가정에서 버림받는 청소년이 늘어만 간다. 이들 청소년은 올바른 성의식의 부재로 성폭력을 대물림하는 결과를 낳는다. 때문에 젊은이 에게 연애의 조건은 그만큼 진중하고 중요한 가치다. 부모가 된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부의 사랑 밑에서 차근차근 관심 있게 사랑으로 키워야 할 의무를 지닌다. 훈육과 습관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던가. 아이들은 여린 나무와 같아서 환경에 따라 휘어지기도 하고 올곧게도 성장하기 때문이다.
-woojae-
제목: 연애의 조건
글쓴이: 우재 * http://www.woojae.kr
등록일: 2012-12-15 14:31
조회수: 877 / 추천수: 6 이 글(사진)을 추천 하신분들(6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