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시오 사람들아
이내 설움 좀 들어 보소
세상을 살다보면 설움도 많다지만
그 많은 설움중에
님을 잃은 설움만 더 하리까?
이념의 팔자를 볼라치면
철 없는 어린 시절
우리 부모 날 낳으시고 하시는 말씀이
얼씨구나 내 자식아 절씨구나 내 자식아
꽃 같은 내 자식아 둥 둥 내 자식아
어화 둥둥 내 자식아
고이곱게 자라거라
부모님 말씀대로
고이 곱게 자라나서 내 나이 스물이라
꽃 같은 스무살에 님을 따라 시집 와서
서방님 손을 잡고 서방님 품에 안겨
날 가는 줄 모르고 세월을 잊었더니
내 청춘이 간곳 없네
청춘을 찾아서
안방으로
부엌으로
건너방으로
마당으로
사랑으로
들로 산으로
천지간을 헤매어 찾아봐도
청춘은 간곳이 없는데
야속한 서방님은
날이면 날마다 술독에 빠져서
파지가 되었으니
걸음은 갈지자 걸음이요
사립문은 덜커덩
마루는 쾅 쾅
안방으로 들어오면 큰 대자를 그려 놓고
드르렁 끄르릉 끄르릉
가산은 탕진이요
가세는 서산이라
허어
내 팔자가 기가막혀
이념의 팔자가 하두야 기막혀서
철없는 자식놈을 등에다 들쳐 업고
앞강 푸른 물엔 가다오다 오다가다
물에 빠져 죽으려도 죽지도 못하고
마지못해 사는 팔자라
그렁저렁 세월만 가랬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