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서방님이 덜커덩 누웠으니
병이로다 병이로다 술병이로다
그 병을 고치려고
탕재를 지으려 해도 한푼의 돈이 있소
탕제를 끊이려 해도 약탕관인들 있을손가
그저 그저 서방이 랍시고
이날 이때까지
이년의 애 간장을 다 녹인 걸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은 요만큼도 없지만
그래도 그럴수가 있는가
세상에 그럴수가 있는가
잘나도 내 서방
못나도 내 서방
고와도 내 서방
미워도 내 서방이라
생각 생각 끝에
고이곱게 기른 삼단같이 검은 머니
싹뚝 잘라서 손에 들고
탕제를 지어 지성 구호하잤더니
야속한 서방님은 날 버리고
황천객이 되었네
칠성판 하나 없는 서방님을
뒷산에 묻어 놓고 보니
살길은 막막하고
목구멍은 포도청이라
철없는 자식놈을 등에 업고
이 논으로 저 밭으로
이 집으로 저 집으로
문전 걸식의 세월이요
그런 세월 살자하니
님없는 설움이 오죽이나 하리오
이놈이 지나가다 이 소리
저년이 지나가다 저 소리
모질고도 독한 것이 사람의 주둥이라지만
하두야 서려워서
긴 긴 밤을 얼마나 울었던고
그런 세월을 살다보니 이 몸은 늙었소
이 몸이 늙어 갈제
자식 하나 바라며 늙었는데
자식놈 장성하여
어느날 날 붙잡고 하는 말이
아이구 어머니 우리 어머니
모질고도 험한 세상 이 몸을 낳으시고
이 몸을 수발하시느라
그 얼마나 고생을 하시었소
이제는 이 자식이 엄니를 모시올 테니
아무 걱정 마웁시고 옥체를 편케 하시하는
그 말이 하두야 고마와서
눈물이 나게 고마워서
어느날 자식놈 장가를 들였더니
장가간 첫날부터 며느니 치마폭에서
자식놈은 세월을 잊었고
시집온지 사훌 만에 얼굴을 내미는
며느리는 불여우요
차려온 밥상은 눈치 밥이라
하두야 서러워서
자식놈을 불어다 놓고 이 봐라 자식놈아
니 말좀 해보그라
니 애비를 황천으로 보내고
내 무슨 재미로 살었더냐
늙은년의 망령이라고 들은 체도 않는구나
서산사 부처님 하신 말씀이
제 몸도 필경에는 제몸이 아닌 것을
어덯게 자식놈이 제 몸같기를
바라느냐고 하셨지만
그 말씀을 내 모르는 바 아니언만
세상에 어느 지어미 년이
지 속으로 낳은 자식
지 손으로 기르면서
만년 영화는 꿈꾸지 못했어도
설마 이런 설움을 바랬으리요
아이구 내 팔자야
전생에 내 무슨 죄를 지어 이 모양인가?
이제는 바라는 것아무것도 없소
그저 그저 원이라면 늙은 이 몸 죽는 것이요
이몸이 죽사오면 황천이든 지옥이든
우리 님을
찾아가서 이내 설움을 다 하리라
이 보시오 사람들아
세상을 살다 보면 설움도 많다지만
그많은 설움 중에
임을 잃은 설움보다
더 하리까
감사합니다
(자나깨나 님생각에 남은 여생 즐겁고 행복한 나날되세요
회원님들 화이팅,,,,,,,,,,,,,
